깨달음의 길: 마음의 창을 닦는 시간

2025-06-17 15:26:36

오늘의 법문

나른한 여름 햇살이 창가에 머무는 오후입니다. 도반님들, 오늘 하루는 어떠셨는지요.

우리는 '깨달음'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을 떠올리게 될까요? 깊은 산속의 수행자나 위대한 스승만이 닿을 수 있는 아주 멀고 특별한 경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마치 높은 산봉우리를 오르는 것처럼, 끝없는 고행과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지레짐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깨달음의 길은, 어쩌면 멀리 있는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마음의 방'을 청소하는 일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마음이라는 방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그 방에는 어지럽게 흩어진 생각들이 물건처럼 널려 있고, 오래된 후회의 먼지가뽀얗게 쌓여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거미줄이 구석에 쳐져 있기도 하고, 미움과 욕심으로 흐려진 창문 때문에 바깥세상이 왜곡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방 안에서는 아무리 좋은 것을 가져다 놓아도 그 가치를 제대로 알기 어렵고, 편안히 쉬기도 힘듭니다.

깨달음의 길은 이 방을 대청소하는 것입니다.

마음챙김이라는 빗자루를 들어 흩어진 생각들을 하나씩 쓸어 담고, 내려놓음이라는 걸레로 후회와 집착의 먼지를 닦아냅니다. 지혜의 눈으로 불안이라는 거미줄의 실체를 똑바로 바라보면,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알게 되어 스르르 사라집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비심이라는 맑은 물로 마음의 창을 닦는 일입니다. 흐렸던 창이 투명해지면,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람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맑게 비추어 볼 수 있게 됩니다.

방을 다 치우고 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 방이 본래 얼마나 고요하고, 넉넉하고, 충만한 공간이었는지를 깨닫게 될 뿐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본래 갖추고 있는 평화와 자비, 지혜의 성품을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도반님들, 깨달음은 거창한 구호 속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 잠시 멈추어 내 마음의 창은 안녕하신지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요? 깊은 호흡 한 번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따뜻한 차 한 잔으로 굳은 마음을 녹여보는 시간. 그 고요한 찰나에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이 환하게 열릴 것입니다.

온 누리에 평화와 지혜의 빛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